톨스토이의 걸작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의 여주인공들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연구가 축적되어 왔지만 어머니를 대표하는 인물들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차적인 인물이기 때문이지만 톨스토이가 창조한 긍정적 여주인공인 나타샤와 키티에게 현존하는 어머니가 있으며, 더 나아가 모녀 관계가 딸의 인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착안해 본고는 ‘어머니와 딸’의 테마를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전쟁과 평화』의 로스토바 백작부인과 『안나 카레니나』의 셰르바츠카야 공작부인을 살펴보면 톨스토이가 그렸던 행복한 가정의 원리가 딸들에 앞서 이미 어머니들에게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가족 이기주의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가정을 챙기는 본능에 충실하고 남편에게 단점이 있어도 가장의 권위를 인정함으로써 가정의 질서를 지킨다. 피에르 베주호프나 레빈처럼 형이상학적 이상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로스토바 부인과 셰르바츠카야 부인, 또 그들의 딸들은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가정에 헌신한다. 나타샤 모녀와 키티 모녀를 통해 톨스토이는 행복한 가정의 핵심이 과거로부터의 연속성에 있음을 시사한다. 어머니가 구현한 가정의 행복이 시차를 두고 딸의 가정에서 반복해 펼쳐진다는 전망이 소설에서 제시되고, 이는 가정의 행복이 어머니로부터 딸에게로 계승된다는 작가의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가족관과도 맞닿아있다고 하겠다. 어머니는 딸의 오래된 미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