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소비에트 문학장에서 상업성과 예술성을 둘 다 성취한 것으로 평가받으며 1998년부터 화려한 문필 경력을 이어가던 보리스 아쿠닌이 2013년 역사서 집필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큰 변화를 시도했다. 아쿠닌의 역사쓰기 작업은 작가 스스로 밝혔듯이 카람진을 본보기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아쿠닌의 역사서는 카람진의 역사서의 장점을 계승하면서도 선배 작가를 재해석하고 반박하는 면모도 드러낸다. 본고는 러시아 역사의 중요한 분기점인 ‘타타르 멍에’ 시기를 다룬 아쿠닌의 역사서 2권과 그에 상응하는 역사소설 「즈베즈두하」를 고찰하여 카람진의 몽골 지배 해석을 아쿠닌이 어떻게 교정하는지 살펴본다. 근본적으로 카람진이 러시아 우월주의 시각을 견지하며 몽골 지배가 러시아에 남긴 유산을 폄하한 데 반해 아쿠닌은 러시아가 몽골제국으로부터 받은 깊고 넓은 영향을 직시하여 ‘반(反)타타르 선입견’에서 벗어나자는 주장을 펼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아쿠닌이 역사서의 짝으로 창작한 역사소설 「즈베즈두하」에서 카람진뿐 아니라 푸쉬킨과 톨스토이가 이어간 역사소설 장르의 전통을 포스트모던한 요소들로 혁신해 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