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작품에서는 흔히 작가의 분신이 발견되는데 그 중 네흘류도프는 주로 『부활』(1899)의 주인공으로서만 주목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작품세계에서 네흘류도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은 『부활』 외에도 「당구계수원의 수기」(1855), 「지주의 아침」(1856), 「네흘류도프 공작의 수기: 루체른」(1857)이 있다. 본고는 작가의 분신이라고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네흘류도프가 상기 작품들을 통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공간 배경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고찰한다. 구체적으로, 초기작 세 편이 도시와 시골을 거쳐 외국을 무대로 삼아 각각의 공간이 톨스토이 특유의 윤리적 측면과 결부하는 양상을 살펴보면 젊은 작가의 전기적 면모가 네흘류도프라는 동명의 주인공에 다양한 각도로 굴절되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당구계수원의 수기」는 도시와 타락의 함수관계를 설정하고 「지주의 아침」은 반대로 시골과 선한 삶과의 상관관계를 다룬다. 그리고 「루체른」은 러시아의 도시와 시골을 벗어나 유럽을 무대로 해서 문명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네흘류도프 3부작에서 톨스토이는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한다. 네흘류도프가 ``부활``하는 것은 몇십 년이 흐른 후 『부활』에 이르러서다. 『부활』은 주인공이 도시와 시골, 그리고 제3의 공간인 시베리아를 거치며 톨스토이식의 자기완성에 이르는 통합 과정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부활』은 초기 네흘류도프 3부작을 아우르는 것은 물론 그 이상의 지평을 펼쳐 보인다.